사무실에 있는 겨울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뜬금없는 제안을 하였다.
'우리 동해안에 한번 살아보지 않을래?'
한참 제안서 준비 중이라, Airbnb 'Belong Anywhere'에 꼿혀 있을 시기였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하였다.
우리 서울집은 어떻고, 내려갈 계획이 있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하고 당황한 나에게 남편이 차분히 설명하길, 매번 오복이 때문에 여기저기 놀러다니느라, 돈도 많이 쓰고 장소 찾느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차라리 이 돈이면 강원도 쪽에 세컨하우스를 얻어 고정적으로 다니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오호, 매우 끌리긴 하는데 어디 우리 수준에 맞는 가격의 집이랑 적당한 위치가 있어? 막상 관리도 안되면 스트레스 일텐데..
하고 우려를 던지자, 역시 모든 것을 준비한 ESTJ는 안그래도 알아본 집과 위치를 보내주었다.
찾아본 모든 스팟은 강원도 동해시였는데, 왜그런가 하니,
1) 상대적으로 도시가 있으면서도,
2) 우리집에서 KTX로 다니기도 가깝고
3) 강릉, 속초에 비해 아직 집중된 관광지가 아니라 한적하다
라는 근거를 대어주었다.
물론, 버짓에 맞추고 우리가 주말에만 갈 수 있는 사정을 고려해 너무 관리가 힘들지 않는 곳으로 추리다보니, 소형아파트라는 결론이 나왔고, 그러면서 뷰가 충족되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남편이 제안한 곳은 아래와 같은 묵호항 언덕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00년도에 지어져 연식은 오래되었지만, 가장 맨 윗층이라 뷰는 보장하면서 사이즈도 작고 아담해 관리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일단, 임장을 가보아야겠다라는 생각에 남편이 찾아준 매물을 보니 마침 현재 에어비앤비로 돌리고 있어서 직접 숙박비를 결제하고 찾아가 보았다.
일단,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뒤에 내려 택시 기본료를 내고 들어가면 되는 거리.
아파트가 봄날은 간다 라는 이영애, 유지태 주연의 영화의 배경이였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메리트를 주었다.
아직은 쌀쌀한 겨울이라 느낌은 안나지만, 이곳이 바로 이영애X유지태가 헤어지자고 하는 배경!
문제는 6층 탑층이였는데 엘베가 없다는 점이 힘들긴 하였지만, 그래도 자주 오는 거 아니고 관리비를 생각하면 힘차게 움직여 다닐만 하였다.
한 15-18평 정도 되는 정말 아담사이즈의 집으로 집에 들어서자 마자, 리모델링은 마친지 1년도 되지 않은 새 주방이 한눈에 보였다.
원래 여기는 다른 방이였는데 벽을 터서 나름의 다이닝으로 쓰고 있는 중.
옆의 방을 들어서자 아주 넓직한 방이 나왔고, 깔끔하게 침대와 옷장, 화장대가 놓여져 있었다.
건너편으로는 배란다에 나름 뷰 맛집의 강점을 살려 식탁을 바닷가향으로 놓고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Zone이 있었다.
날이 좋아 훤히 널리널리 보이는 바다. 오히려 바로 앞이 아니라, 산 위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뷰라 더 시원하고 상쾌한 조망을 가지고 있었다.
내친김에, 아파트는 나와 주변도 돌아보았다.
차 없이 다니기에는 멀리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편의점, 카페도 있는 편세권을 가지고 있었고,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묵호 등대가 보이는 멋진 길을 가지고 있었다.
해질녘의 기가 막힌 모습.
그 아래는 경사가 매우 심한데 그 경사를 따라 집들이 늘어져 있는 논골담길이라는 유명 명소였다. (하지만, 걷기에는 진짜 가파르다는 것이 함정. 오복이는 걷기 힘들다고 엄청 투정부렸다..)
논골담길을 따라 내려오면 묵호항에서 여러 해산물을 파는데, 이미 이곳저곳의 가격비교를 통해, 해산물 킬러가 된 우리에게는 저렴하지는 않는 가격이였지만, 묵호 기념을 위해 고등어회 포장
(참고로, 이곳은 회 손질비는 따로 받는다.. 용량에 따라.. 왜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생선값이 싸지는 않은데.)
묵호항을 따라 뚝 걸으면 바닷가 길에 바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바닷가다리도 있고 위로 꺾어서 다시 집으로 올라가는 방향에는 도깨비 도로가 있다. (나름 도깨비 도형물이 놓여져 있는데 밤길을 따라 걸으니 오싹해져서 오복이는 힘들다는 내색도 하지 않고 집에 가기 위한 일념으로 진짜 열심히 걸었다. ㅋㅋ)
결론은 부담스럽지 않은 전세 가격.(전세보증보험에 충당하는 금액!)
집주인께서 가구와 가전을 다 렌탈하겠다고 한 점. (별도 이사할 께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휴지, 샴푸, 비누까지도 넘치게 있어서!!)
우리 집에서 차가 없이도 다니기 그닥 힘들지 않은 점.
해수욕장을 걸어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2년 계약을 하여 우리의 세컨하우스로 삼기로 하였다.
우리도 이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이 곳 이외에는 국내외 여행은 게약기간 동안 없는 것으로 협의하였고 한번 찐하게 동해시민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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